“더 나아지기보다, 더 괜찮아지고 싶었습니다.”
퇴근 후 2시간, 자기계발대신 자기회복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퇴근 후에도 저는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오면, 누구나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제 일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몸은 회사에서 나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일하는 중’이었던 거죠.
“퇴근 후 2시간을 잘 써야 인생이 달라진다.”
“남들이 쉴 때 나는 공부해야 한다.”
이런 말들을 들으며, 저도 자연스럽게 퇴근 후의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미래를 위한 플래너를 작성했습니다.
처음엔 뿌듯했습니다. 뭔가 나아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일로도 피곤한데, 집에서도 또 다른 목표와 계획으로 저를 쫓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쉬고 있는 시간이면 죄책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은 괜히 불안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퇴근 후의 시간까지 생산성과 목표로 가득 채우는 건, 오히려 나를 더 소모시키고 있다는 것을요.
쉬는 시간조차 자기계발의 이름으로 포장해 일처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성장이 아닌 불안을 위한 자기계발
자기계발은 본래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자기계발은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있었습니다.
뒤처질까 봐, 경쟁에서 밀릴까 봐, 남들보다 무능해질까 봐…
그래서 저는 쉬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고,
심지어 ‘오늘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이유로 저 자신을 질책하기까지 했습니다.
SNS를 켜면 자기계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독서하는 사람들, 퇴근 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
그 모습들이 멋있고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에게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도 뭔가 해야 해. 아니면 나는 낙오될 거야.’
이런 생각이 반복될수록, 자기계발은 점점 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면서도 즐겁지 않았고,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커졌습니다.
어느 날은 심지어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게으른 게 아니라, 지쳤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공부’도, ‘더 큰 목표’도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친 마음과 몸을 회복하는 일,
즉 ‘자기회복’이었습니다.
자기회복, 나를 위한 진짜 루틴
자기회복이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만큼은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충분히 쉬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퇴근 후 2시간을 다음과 같은 루틴으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1) 감각을 깨우는 작은 의식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향을 켜고, 조명을 낮춥니다.
샤워를 하고 나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십니다.
그리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
이 짧은 시간이 제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신호’가 되어줍니다.
그동안 무시했던 피로와 감정을 천천히 느껴봅니다.
"오늘 하루도 참 고생 많았어."
이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2) 아무 목적 없는 감정 정리
예전엔 ‘이왕 시간을 쓰는 거, 뭔가 남는 걸 해야지’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책도 자기계발서만 골라 읽었죠.
하지만 요즘은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읽습니다.
에세이 한 편, 만화 한 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브이로그 영상.
이런 가볍고 목적 없는 콘텐츠가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더라고요.
감정이 고요해지고, 뇌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그제야 진짜 회복이 시작됩니다.
3) 나만을 위한 짧은 기록
자기회복의 마지막은 기록입니다.
저는 매일 자기 전에 ‘하루 3줄 일기’를 씁니다.
오늘 좋았던 일, 아쉬웠던 일, 고마운 사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아요.
예를 들면 “따뜻한 햇살이 좋았다”, “집에 와서 조용히 차 마시니 좋았다” 같은 것들요.
이 작은 기록이 쌓일수록
제 일상 속에도 충분히 가치 있고 평화로운 순간이 많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저에게 다시 힘을 줍니다.
더 나아지기 전에, 더 괜찮아지기 자기계발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자기계발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친 땅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듯,
쉼 없이 몰아붙이기만 하면 결국 어느 순간 무너져버릴 수 있습니다.
진짜 성장은
쉬고, 회복하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지나야 가능합니다.
당신의 퇴근 후 2시간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더 나은 내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충분히 잘 해내셨습니다.
이제는 조금, 괜찮아지셔도 됩니다.